엘피리틀에이(Lp(a))란? 심혈관질환의 숨은 위험 요인
혈액검사에서 흔히 보는 LDL 콜레스테롤, HDL 콜레스테롤 외에도 최근 주목받고 있는 지표가 있습니다. 바로 Lp(a), 즉 리포단백(a)입니다. ‘엘피리틀에이’로 읽히는 이 물질은 심혈관질환의 독립적인 위험인자로, 일반적인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이어도 Lp(a)가 높다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위험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Lp(a)의 구조와 특징
Lp(a)는 기본적으로 LDL(저밀도지단백)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LDL 입자에 아포단백(a) [apolipoprotein(a)]가 결합된 형태로, 이 아포단백(a)은 혈액 내에서 응고 및 염증 과정에 관여합니다. 즉, Lp(a)는 단순한 콜레스테롤 수송체를 넘어 혈전 형성과 죽상경화증 촉진에 직접적인 역할을 합니다.
Lp(a)의 유전적 요인
가장 중요한 점은 Lp(a) 수치가 거의 전적으로 유전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부모 중 한쪽이라도 Lp(a)가 높으면 자녀도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식이요법이나 운동만으로는 수치를 크게 낮추기 어렵고, 개인 간 차이가 매우 큽니다. 일반적으로 혈중 Lp(a) 농도는 생애 전반에 걸쳐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Lp(a)와 심혈관질환의 관계
다수의 연구에서 Lp(a)가 높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근경색, 협심증, 대동맥판막협착증 등의 위험이 유의하게 높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Lp(a)는 두 가지 주요 기전을 통해 심혈관질환을 유발합니다.
- 죽상경화 플라크 형성 촉진: Lp(a)는 산화되기 쉬운 LDL 입자와 유사해 동맥벽에 쉽게 침착됩니다. 이로 인해 혈관 내벽이 손상되고, 염증반응이 유도됩니다.
- 혈전 생성 증가: 아포단백(a)는 플라스미노겐과 구조적으로 유사하여 피브린 분해(혈전 용해)를 방해합니다. 결과적으로 혈전이 쉽게 생기고,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Lp(a) 정상 수치와 검사 기준
현재 국제 기준에 따르면 Lp(a) 수치는 30mg/dL 이하가 정상 범주로 간주됩니다. 30~50mg/dL은 경계 영역, 50mg/dL 이상이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다고 평가됩니다. 단위에 따라 nmol/L로 표시되기도 하는데, 75nmol/L 이상이면 위험도가 상승합니다.
Lp(a) 수치가 높을 때의 대응법
Lp(a)는 유전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는 큰 변화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간접적으로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 LDL 콜레스테롤을 철저히 관리: Lp(a)가 높다면 LDL도 낮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타틴, 에제티미브, PCSK9 억제제 등이 활용됩니다.
- 항염증적 식단 유지: 오메가-3 지방산, 녹황색 채소, 견과류 등 항산화 식품을 충분히 섭취합니다.
- 흡연과 과음 제한: 혈관 내피 손상을 줄이고 염증 반응을 완화시킵니다.
- 규칙적인 운동: 직접적인 수치 변화는 적지만, 전반적인 대사 건강에 도움을 줍니다.
최근 연구 및 치료제 개발 동향
기존 약물은 Lp(a)를 효과적으로 낮추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RNA 기반 치료제가 등장했습니다. 대표적으로 펠라카르센(pelacarsen)과 올파시란(olpasiran) 같은 antisense oligonucleotide(ASO) 또는 siRNA 계열 약물이 임상시험 단계에 있습니다. 이 약물들은 Lp(a) 합성의 핵심 단백질인 아포단백(a) mRNA를 직접 억제하여, 혈중 Lp(a)를 80~90%까지 감소시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Lp(a) 검사, 누가 받아야 할까?
모든 사람이 Lp(a)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경우라면 한 번쯤 검사를 권장합니다.
- 조기(50세 이하)에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경험한 가족력이 있는 경우
- LDL 콜레스테롤이 낮은데도 심혈관질환이 발생한 경우
- 기존 고지혈증 치료에 반응이 미약한 경우
- 대동맥판막협착증이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
검사는 단순한 혈액검사로 가능하며, 한 번 측정하면 평생 수치가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반복 검사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정리: Lp(a)는 ‘보이지 않는 리스크’
Lp(a)는 일반적인 콜레스테롤 검사로는 확인되지 않는 숨은 심혈관질환 위험인자입니다.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만큼 조기 검사를 통해 자신의 리스크를 파악하고, LDL 관리와 건강한 생활습관을 병행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 전략입니다. 향후 RNA 치료제가 상용화되면, Lp(a) 고수치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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