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펠드먼 배럿의 '구성된 감정 이론': 감정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

리사 펠드먼 배럿의 구성된 감정 이론: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리사 펠드먼 배럿(Lisa Feldman Barrett)의 '구성된 감정 이론(Theory of Constructed Emotion)'은 지난 수백 년간 심리학과 뇌과학이 전제해 온 감정의 본질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그녀의 주장은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감정은 세상에 대한 반응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뇌가 신체 신호와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내는 '예측'이다."

이 혁신적인 이론의 핵심 개념과 우리 삶에 주는 시사점을 깊이 있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1. 고전적 감정 이론에 대한 도전: "감정에 지문은 없다"

기존의 고전적 감정 이론은 인간에게 분노, 슬픔, 기쁨과 같은 '기본 감정'이 타고난 것이며, 뇌에 특정 회로가 정해져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배럿 박사는 수만 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감정과 일대일로 대응하는 신체적·신경적 '지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같은 '슬픔'이라도 상황에 따라 눈물이 나거나, 웃음이 나거나, 무감각할 수 있습니다. 감정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뇌가 구성해내는 결과물입니다.

2. 구성된 감정 이론의 3가지 핵심 축

배럿은 감정이 뇌의 세 가지 동적인 과정에 의해 '구성'된다고 설명합니다.

① 신체 예산 관리 (Body Budgeting / Allostasis)

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생존을 위해 신체의 자원(글루코스, 산소 등)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것입니다. 이를 '알로스테시스(Allostasis)'라고 합니다. 뇌는 끊임없이 신체 내부 신호를 감지하며 이 예산을 관리합니다.

② 내수용 감각 (Interoception)

우리는 오감 외에 신체 내부 상태를 느끼는 '내수용 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감각은 '유쾌/불쾌', '평온/각성'과 같은 기본적인 정동(Affect) 상태로 나타납니다.

③ 개념과 범주화 (Concepts and Categorization)

단순한 '불쾌한 각성 상태'가 '분노'가 될지 '배고픔'이 될지는 뇌가 가진 개념(Concept)에 달려 있습니다. 뇌는 과거 경험을 데이터베이스 삼아 현재의 신호에 의미를 부여(범주화)합니다.

3. 감정은 '반응'이 아니라 '예측'이다 (Predictive Coding)

배럿 이론의 핵심은 뇌가 수동적인 장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뇌는 외부 자극을 기다렸다가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순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끊임없이 예측(Prediction)합니다.

감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뇌는 현재 상황과 신체 신호를 보고 "이 상황에서 과거에 나는 이 신호를 '불안'이라고 불렀어"라고 예측하며 우리에게 특정 감정의 경험을 선사합니다.

4. 감정의 구성 요소 요약표

요소 역할 비유
정동 (Core Affect) 유쾌/불쾌, 각성/이완의 기본 감각 캔버스의 밑색
과거 경험 (Experience) 예측의 근거가 되는 데이터베이스 그림을 그려본 기억
개념 (Concept) 신체 신호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전 그림의 주제

5. 감정 입자도(Emotion Granularity)의 힘

감정을 세밀하게 구별하는 능력인 '감정 입자도'가 높은 사람은 자신의 신체 예산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관리합니다. '그냥 기분이 나쁘다'고 하기보다 '억울하다', '허탈하다' 등 구체적인 개념을 사용할 때 뇌는 더 정교한 예측과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6. 결론: 감정에 대한 책임과 새로운 자유

리사 펠드먼 배럿의 이론은 감정이 운명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매 순간 뇌와 함께 써 내려가는 이야기임을 시사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개념을 학습하고, 신체 예산을 관리하며, 과거 경험을 재해석함으로써 미래에 내가 느낄 감정을 주도적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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