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샤흐터의 에피네프린 실험: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스탠리 샤흐터(Stanley Schachter)와 제롬 싱어(Jerome Singer)가 1962년에 수행한 '에피네프린 실험'은 심리학 역사상 가장 유명하면서도 논쟁적인 연구 중 하나입니다. 이 실험은 우리가 감정을 어떻게 정의하고 느끼는지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꾼 '감정의 2요인 이론(Two-Factor Theory of Emotion)'의 탄생 배경이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실험의 정교한 설계 과정과 결과, 그리고 현대 심리학에 미친 영향을 상세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1. 스탠리 샤흐터의 가설: 감정의 구성 요소
1960년대 이전까지 감정은 단순히 신체적 반응이나 뇌의 중추적 반응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샤흐터는 여기에 '인지적 해석'이라는 핵심 요소를 추가했습니다. 그의 가설에 따르면 감정은 다음 두 가지 요소의 결합으로 완성됩니다.
- 생리적 각성(Physiological Arousal): 심장 박동 증가, 손바닥 땀 등 신체적 변화.
- 인지적 라벨링(Cognitive Labeling): 발생한 신체 변화를 주변 상황에 비추어 판단하는 과정.
2. 에피네프린 실험 과정: "신체 변화의 원인을 찾아서"
샤흐터와 싱어는 신체적 변화가 동일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감정이 다르게 정의될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① 피험자 집단 분류
피험자들에게 '수프록신'이라는 비타민 주사라고 속인 뒤 실제로는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을 투여하고, 정보 제공 여부에 따라 그룹을 나누었습니다.
- 정보 제공 집단(Informed): 주사 후 나타날 신체적 부작용(심장 박동 등)을 미리 정확히 설명함.
- 정보 미제공/오정보 집단(Uninformed/Misinformed): 부작용을 설명하지 않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함.
- 통제 집단(Placebo): 생리적 효과가 없는 식염수를 주사함.
② 상황 조작: 행복 vs 분노
주사를 맞은 피험자들을 대기실로 보내 실험 협조자(연기자)와 함께 있게 하여, 협조자가 매우 즐겁게 노는 '행복 조건'과 짜증을 내며 화를 내는 '분노 조건'에 노출시켰습니다.
3. 실험 결과: 해석이 감정의 색깔을 결정한다
실험 결과는 샤흐터의 가설을 명확하게 뒷받침했습니다.
- 정보를 모르는 집단: 자신의 몸이 흥분되는 이유(주사 영향)를 몰랐기에, 옆 사람의 행동을 보고 자신의 감정을 정의했습니다. 협조자가 즐거우면 '행복'을, 화를 내면 '분노'를 느꼈습니다.
- 정보를 아는 집단: 신체 변화의 원인이 '주사'임을 알고 있었기에, 주변 상황에 전염되지 않고 감정적 평온을 유지했습니다.
4. 감정의 2요인 이론 요약표
| 구성 요소 | 설명 | 예시 |
|---|---|---|
| 1단계: 생리적 각성 | 자율신경계의 비특이적 반응 |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가쁘다." |
| 2단계: 인지적 평가 | 상황 파악 및 원인 규명 | "옆 사람이 화를 내니 나도 화가 난 거야." |
| 최종 결과 | 특정한 감정 경험 | 분노, 환희, 공포 등 |
5. 실생활 응용: 흔들다리 효과 (Misattribution)
이 이론의 가장 유명한 응용 사례는 '흔들다리 효과'입니다. 높은 다리 위에서 느낀 공포(각성)를 옆에 있는 이성에 대한 호감(사랑)으로 착각하는 현상입니다. 이는 우리가 신체 신호를 상황에 따라 얼마나 쉽게 오귀인(Misattribution)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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